한국 무속인 협회소속무당이 들려주는 가장 기억에 남는 6명의 손님
1. 첫번째이야기
4년전에 초등학교2학년짜리 여자아이를 데리고 오신 손님이 계셨는데요, 가만히 보니 애가 이상해서 여기저기 무당집을 전전했는데 무당들이 하나같이 다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더군요.
그러던차에 우연찮게 제 얘기를 듣고 오신 손님이였지요. 당시 저는 무당이된지 오래되지 않은 그야말로 초짜무당이었고 신딸을 낼 생각이 아예 없었기에
애만 봐주고 돌려보낼 생각이였죠.
근데 이분이 몇날며칠을 찾아오시더라구요. 당신딸 죽게 냅둘거냐 하시면서요.
저도 결국에는 애를 일단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내림을 해주겠노라 해놓구서 이것저것 일에 관련된 얘기들을 진행중이였는데,
일이 잘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금전적인 부분에서 제가 말한 금액보다 남편분께서 돈을 더 불렀다고 아내 분께서 전화를 해주셨더라구요.
그러면서 만약 저희 신랑한테 전화가 오면 자기가 말한 금액으로 얘기를 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왜 그래야하느냐고 했더니 자기가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해서 그런거니까 그냥 그렇게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말하는거죠.
하도 어이도 없고 기가막혀서 시작도 하기전에 딸을 상대로 이러고 싶냐면서 제가 화를냈더니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한번만 모르는 척 넘어가달라고 사정
사정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두번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도 말것이며 딸애의 인생을 생각하라고 했죠.
그 후로도 여러차례 전화도 오고 찾아도 왔지만 제가 거들떠도 보지않으니 이제는 오지 않죠. 가끔 그 아이가 생각도 나고 아무탈없이 잘 크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그 아이의 경우는 정말 엄마라는 사람이 애를 망치는 케이스죠. 좋은쪽이던 나쁜쪽이든 말이예요.
2. 두번째이야기 - 매년 전화사주를 물어보는 중년의 남자
이 남자분은 몇년전에 저에게 와서 점사를 한번 보고 가셨는데요, 이후 매해 신년이 되면 찾아오시는것도 아니고 전화로 당연한듯이 올해는 제 운세가
어떨거같냐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벌써 육년째 물어보고 계시죠. 무슨 전화운세도 아니고...
저도 야박하다는 소리 듣기싫어서 잠깐씩 응대를 해주긴하는데 점점 요구사항이 커지면서 이젠 분기별 시기별로 전화를 하더라구요.
저도 무당이기전에 한 인간인지라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할 무렵 한소리 했죠.
너무하시는거 아니냐고..몇백 몇천만원을 주고 굿을하신 손님들도 당신처럼은 안한다고 했는데 이분이 한다는 소리가 오만원씩이나 주고 점을 봤는데
당연히 평생 봐 주시는거 아니였나요? -_-;;
이러는데 정말 앞에 있었으면 로우킥 하이킥에 마지막으로 죽빵을 날리고 싶을정도로 얄밉게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저도 짜증나서 난 당신의 전용 무당도 아니고 요즘 신기 다 떨어져서 점사도 안나온다 했어요. 그래도 전화 오는건 함정이네요;;;
이런분들도 있긴있더라구요..
2. 세번째이야기 - 망자가 된 남편의 차돌박이된장찌개
이건 좀 슬픈사연인데요, 저만 슬플 수도 있어요. 언젠가 서른일곱살 되신 여자 손님이 오신적이 있어요.
결혼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랑이 하늘의 별이 되기전에 전화로 점사를 보신 손님이였는데 직접 오셨더라구요. 제가 어지간하면 무당 굿 같은건
하란 소리 잘 안하는데 굿의 종류중에 '진오귀굿' 이라고 있는데 이건 꼭 할 수 있으면 하라는 편이거든요.
여기서 잠깐, 굿의 종류를 한번 말씀드려볼게요.
먼저 진오귀굿(지노귀, 지노기)이란, 죽은 망자의 천도를 위한 의식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것이 진오귀굿이에요. 산 사람들을 위한 굿거리는
물론, 저승세계를 주관하는 시왕과 사자, 그리고 바리공주등을 모시고 이승과 저승을 구분지어 망자가 가는 저승길이 편안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죽은 자를 위한 의례를 진행하는데, 굿의 규모와 절차에 따라 쌍궤새남, 상진오귀, 얼새남, 평진오귀 등으로 불리우며 무속신앙에서는 진오귀굿을
받지 못한 망자는 저승세계로 갈 수 없다고 믿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굿이라고 보시면 되요.
아래는 진오귀굿이 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관련동영상을 하나 준비했어요.
굿의 종류는 꽤 많은데,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관련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관련포스팅
아무튼 그래서 손님한테 조심스레 good 얘길 꺼냈죠. 젊은나이에 망자가 된것도 서러우니 생각해보시라고...그리고 그 손님이 가시고 그날 저녁에
자려고 누웠고 곧 잠이 들었는데 저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언니가 말하길 어제 저녁 생각나? 이러더라구요.
뭐?
이랬더니 제가 자다말고 일어나서 갑자기 막 서럽게 울더래요. 언니가 놀라서 왜그러냐고 했더니 제가 다른사람 목소리로 내 마누라가 끓여주는
차돌박이가 들어간 된짱찌개가 먹고싶고 내 아이도 보고 싶다면서 막 울더래요. ㅠㅠ
전 꿈인줄만 알았거든요. 금전적으로 부담될까봐 손님한테 전화도 못하고 어쩌나하고 고민하던 차에 그손님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어젯밤 울면서 신랑이 꿈에 나왔는데 차돌박이가 들어간 된장찌개가 먹고싶다면서 울더래요..
큰딸 이름을 부르면서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봐서 미안하다고...
그날 저도 울고 손님도 울었습니다...그리고 사실대로 얘기했죠. 어제 이런일이 있었다고요.. 지금은 그손님과 언니,동생 사이로 지내요.
2. 네번째이야기 - 갑자기 무당집을 찾아온 무섭게생기고 기센언니
이 손님 얘긴 좀 웃긴데요 ㅎㅎ 저는 예약 아니면 절대 점사를 봐주질 않는데요,
근데 하루는 지나가던 손님이 갑자기 벨을 누르네요. 저는 아무생각없이 문을 냅다 열었는데 앞에 서 계신 여자분이 너무 무섭게 생긴데다 딱
나 무당이요~ 이렇게 얼굴에 써 있는거예요. ㅎㄷㄷ;;
그래도 일단은 문을 열었으니까(무섭지만;;)무슨일이세요? 라고 당당하게 말했죠. 당연하게도 그 여자분께선 점보러 왔는데요! 이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집주인 없다고 뻥쳤어요. 무서워서요.ㅋㅋㅋ 그리고 문을 잽싸게 닫을라고 하는데! 이손님이 문을 잡고 안놔주는거예요.
힘도 드럽게 쎄구요..결국엔 집으로 들어와서 점사를 봐 드렸어요. 그리고 그 여자분이 나중에 왜 뻥쳤냐고 물어보시길래 무서웠다고 했더니
"귀신 잡는 무당이 이렇게 소심해?
이러시는데 저도 괜스레 창피하더라구요.ㅋㅋㅋㅋ 지금은 저 손님이 제 신도 중 최고의 신도입니다..사람 인연이라는게 참...
2. 다섯번째이야기 - 일본에서 찾아온 손님 점사봐주기
이건 제 개인적으로 창피한일인데요, 가끔 일본에서도 제가 점잘보는곳이라고 소문이 났나 어쨋나 희한하게 점사를 보러 오시는데요,
한때 일어를 공부했고 또한, 통역이 없어도 신내림을 받으면 어차피 일어는 가능하니까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가 아주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것도 그런것이 통상적으로 쓰는 역마살 이라든가 도화살 이라든가하는 이런말은 일어로 쓸일들이 없다보니 운세풀이할때 제가 모르는거죠.
그래서 일단은 최대한 듣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드리긴 했는데도 손님들 가시고 나니까 저의 자만이 너무 창피스럽더라고요.
그리고 눈에 들어온것이..
무당들은 무당들이 쓰는 책이 따로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한문으로 이러한 문장들이 적혀 있는거죠...어차피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그리고 한문을 같이 사용하는 언어인데...앗차하는 순간 얼마나 제 자신이 우습던지요.
내 자신이 이럴진데 내가 이 자리에 앉아서 상담해 줄 자격이 과연 있는가? 하면서 고민을 한적도 있네요. 무당이지만 참 인간적인 고민이죠?
2. 여섯번째이야기 - 귀신보는 일본꼬마이야기
작년쯤해서 일본 치바시로 터고사를 지내러 간적이있어요.
아참! 터고사라는건 말그대로 터(땅)에 고사를 지내는 일인데요, 해당터에 무슨 안좋은일이 있거나 혹은 가게개업을 하기전에 터를 먼저 보는
그런 일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장사를 하기전에 무속인을 불러서 개업고사를 지낼 생각이 있으시다면 그전에 먼저 가게를 구입하기전
터를 먼저 봐달라고 하시는게 좋아요. 어차피 터가좋지않은곳에 터고사를 지낸다고 해봤자 효력이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뿐더러,
많은시간을 투자한가게가 처음에는 잘 될 수 있으나 시간이지날수록 점차쇠락해져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미 가게를 냈다고 한다면 장사가 잘되는 초반에 은밀히 가게를 내놓아 초기비용과 권리금을 챙기는게 가장 이득입니다.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서 거기에 네살짜리 꼬마 남자애가 있는데 유독 저를 따르는거예요. 근데 가만 보니 이 아이가 영안이 좀 트였더라구요.
애엄마한테 물어보니 아이가 집에서 자주 귀신이 보인다는 소리를 한다네요. ㅎㄷㄷ
터고사를 지내면서 주변에 있는 잡신을 쳐내놓고 나니까 애는 괜찮아졌는데 그 과정에 있어서 제가 무섭더라구요.ㅋㅋㅋ
아무리 무당이라도 무서운건 무서운거에요...왜냐하면 저는 약하디 약한 여자이니까요! ㅎㅎ
암튼 나도 무서운데 이 꼬마애는 아무렇치도 않게 있으니까 제가 좀 뻘쭘하더라구요.
나중에 제가 그 아이에게 "토시아키쿤 저런거 보이면 무섭지 않아?" 라고 했더니 꼬마가 저한테 "전혀 무섭지 않아 왜? 이모는 무서워?" 라고
말하는데 제가 할말이 없더라구요. 창피해서요;;;
이후에 한국에 있는 제 신당에도 인사차 오셨는데 그 꼬마애가 갈때 신발을 신다가 다시 벗더라구요.
그러더니 신당으로 들어가서 두손을 곱게 모으고 "가미사마 오네가이시마스" 이러는거예요. "신령님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의미거든요.
정말 순수한 영혼인 아이들 눈에는 뭔가가 보이긴 보이나봐요. ㅎㄷㄷ
이상 무당이 기억에 남는 6가지 이야기였구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공감 부탁드릴게요 ^^!!